복온공주 홍장삼/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고궁 결혼식이 화제다. 가을빛이 번지는 주말, 경복궁에서 열린 결혼식을 찾아갔다. 은행나무 아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눈부셨다. 가족과 하객은 물론 고궁을 찾은 내·외국인 관람객들까지 발길을 멈추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은행나무 옆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약 200년 전 조선 공주의 붉은 혼례복이 소장돼 있다. 정조의 손녀이자 순조의 딸인 복온공주의 혼례복 ‘복온공주가 홍장삼과 대대(福溫公主家 紅長衫과 大帶)’다. 왕실 기록 속 혼례복의 실물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례다.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복온공주 홍장삼 연꽃무늬 자수/국가유산청
활옷으로도 불리는 홍장삼은 긴 겉옷이다. 치마와 저고리 등 받침옷 위에 입던 왕실 여성의 혼례복이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짙은 붉은색인 대홍(大紅)으로 물들인 비단 위에 모란과 연꽃, 복숭아와 석류, 나비와 보배 무늬들이 펼쳐진다. 앞면에는 원앙이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고, 가슴에 두르는 대대에는 암수 짝을 이룬 봉황이 금박으로 빛난다. 문양마다 부귀와 화합, 자손의 번영을 바라는 길상의 염원이 깃들어 있다. 조화로운 색채, 섬세한 바느질, 정교한 자수에 궁중 장인들의 빼어난 솜씨가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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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온공주의 홍장삼은 부마 김병주 가문에 전해져 혼례 때마다 고쳐 입으며 대대로 소중히 간직했다. 수선의 흔적에는 왕실에서 비롯된 한 가문의 기억이 남아 있다. 염색과 자수, 금박과 옷을 짓는 전통 공예 기술 또한 오늘날 무형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왕실 혼례복에 수놓았던 길상의 염원이 은행나무 아래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에게 닿기를 기원한다. 고궁에서의 결혼식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 된다.
복온공주 혼례용 방석/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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