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오천동 그린아일랜드를 둘러싼 논쟁이 녹지공간의 존치 여부를 넘어 주민 안전과 행정 절차, 공공사업의 사후 책임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도로를 녹지공간으로 전환했지만, 행사 이후에도 교통 불편과 원상복구 요구가 이어지면서 사업의 성과와 주민 부담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시민경청회에서도 도사동·오천동 주민들의 도로 복원 요구가 이어졌다. 녹지 조성에 따른 경관 개선 효과와 별개로 일상적인 이동 불편과 긴급차량 접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박람회 종료 이후 도로의 기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으로 부상했다.
◇경관 개선과 주민 생활 사이…엇갈린 평가
그린아일랜드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차량 통행이 이뤄지던 강변로 일부 구간을 녹지공간으로 바꾼 사업이다. 사업비 29억원을 투입해 도심 녹지를 확충하고 경관을 개선하는 데 초。을 맞췄다.
하지만 도로의 용도 전환은 주변 주민들의 생활 동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민들은 박람회 개최를 위해 감수했던 교통 불편이 행사 종료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녹지공간의 공익적 가치와 도로가 제공하던 교통 편익이 충돌하면서 사업의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이날 경청회에서는 정원박람회가 끝나면 도로를 원래대로 복구하기로 했다는 주민들의 주장도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당시 약속을 믿고 불편을 감내해 온 만큼 추가적인 논의보다 원상복구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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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원상복구 약속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행 조건은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의 인식과 행정기관이 공식적으로 약속한 범위가 일치하는지 살펴야 향후 책임 소재와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차 진입 문제까지…안전 영향 객관적 검증 필요
주민들이 제기한 가장 민감한 문제는 긴급 상황에서의 접근성이다. 경청회에서는 마을 화재 당시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주택이 전소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민들은 도로 구조와 진입 여건이 긴급차량 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 주장은 단순한 교통 불편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출동 경로와 소요 시간, 현장 진입 여건,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 등을 확인해야 도로 구조가 안전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현재 제기된 주장만으로 그린아일랜드 조성이 화재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긴급차량 통행과 주민 안전은 녹지 존치 여부를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순천시가 도로 복원 여부를 검토한다면 교통량뿐 아니라 소방·구급차량의 접근성, 우회 동선, 출동 시간 등을 함께 분석해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조성비 29억원에 유지비까지…재정 효율성도 도마
사업에 투입된 예산과 유지관리 비용 역시 논쟁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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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녹지 조성에 29억원이 들어간 데 이어 잔디 관리 등에 5억원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 녹지의 가치를 사업비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경관 개선과 휴식 공간 제공, 환경적 편익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초기 조성비가 이미 투입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지가 당연시돼서도 안 된다. 앞으로 발생할 관리비와 도로 복원 비용, 교통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과 앞으로 필요한 비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출한 조성비는 과거의 사업비인 반면, 존치에 따른 관리비와 복원에 필요한 비용은 향후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지출이다. 어느 쪽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려면 두 선택지의 비용과 효과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주민들이 그린아일랜드 외에도 화장장과 봉안당, 도축장, 음식물 처리시설, 스카이큐브 등 도사동 일대 시설로 인한 생활 불편을 함께 거론한 。도 주목된다. 개별 시설의 문제를 넘어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부담이 행정의 정책 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검해야 한다는 요구로 해석된다.
◇감사원 지적 이후…존치·복원보다 먼저 따져야 할 절차
행정 절차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앞서 감사원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행되지 않은 .을 지적하고,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녹지로 유지하거나 도로를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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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녹지공간을 유지할지 도로를 복원할지에 앞서 사업의 법적·행정적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녹지 존치를 선택하더라도 필요한 계획 변경과 관련 절차를 이행해야 하며, 도로 복원을 선택할 경우에도 교통·시설·예산 측면의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감사원 지적 이후 순천시가 어떤 조치를 진행했는지,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 주민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의 지적 사항과 시의 후속 조치 결과를 분리해 살펴야 행정적 책임과 현재의 정책 판단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
◇시민경청회 이후가 관건…판단 근거 공개해야
이번 논란의 핵심은 녹지와 도로 중 어느 하나를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녹지공간이 제공하는 공익적 효과와 도로의 교통·안전 기능,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행정 절차의 적법성, 향후 재정 부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로 존치·복원에 따른 교통 영향 분석과 긴급차량 접근성 .검, 유지관리비 및 복원 비용 비교, 주민 의견 수렴 결과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녹지 존치를 선택하더라도 교통 불편을 줄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하며, 도로 복원을 결정한다면 기존 녹지의 활용 방안과 예산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시민경청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확인하는 출발.이다. 이후 행정이 제시하는 자료와 판단 기준, 실제 후속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같은 논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순천시가 그린아일랜드의 공익적 가치와 주민 생활권을 어떤 기준으로 조정하고, 감사원 지적에 따른 절차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향후 정책 신뢰를 가를 핵심 과제로 남았다.
불편을 줄일 보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