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무더위가 한풀 꺾인 듯한 날씨가 반갑기만 합니다. 그래도 아직 한낮은 30도를 넘나들며 여전히 더운데요. 늘 자연에 놀라는 것은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라는 식물이 있다는 겁니다. 한여름에 꽃을 피워 아직까지도 정열적인 붉은색을 자랑하는 배롱나무나 능소화와 같은 나무들이죠. 나무뿐 아니라 풀 중에서도 잔디·강아지풀처럼 더위에 강한 것들이 꽤 많습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화분이나 화단에 심어 가꾸는 장미처럼 예쁜 꽃이 있는데요. 심지어 7월부터 10월까지 긴 시간 생생한 모습으로 자주색·노란색·흰색·붉은색 꽃을 피우죠. 바로 채송화입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8 채송화
채송화는 어릴 적 배운 동요에서 종종 등장하듯이 집집마다 심었는데 요즘엔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요. 어쩌다 골목길에서 채송화를 만나면 어릴 적 생각이 나서 반갑습니다. 채송화는 한자로 ‘菜松花’라고 쓰는데 소나무 닮은 풀이란 뜻이에요. 잎이 가늘어서 소나무와 닮았다고 생각한 것 같죠. 영미권에서는 채송화를 ‘이끼장미(moss rose)’라고도 부릅니다. 꽃이 장미를 닮았는데 땅에 붙어 낮은 자세로 자라서인 것 같아요.
채송화는 낮에는 꽃을 피우지만 밤에는 꽃잎을 오므립니다. 일조 시간의 영향을 받아 지역에 따라 꽃이 피는 시간이 다른데,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오전 11시에 피기 때문에 ‘Eleven-o'clock’이라고도 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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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파키스탄에서는 주로 오후에 피어 ‘Gul Dopheri(오후 꽃)’, 인도에서는 주로 오전 9시에 피기에 ‘nau bajiya(9시 꽃)’이라 불린답니다. 꽃피는 시간을 식물 이름에 반영하는 게 참 재밌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8 채송화
브라질 원산인 채송화의 학명은 Portulaca grandiflora Hook.입니다. Portulaca는 라틴어 porto(가지고 운반하다)와 lac(젖)으로, 젖과 비슷한 유즙이 있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아요. 다육식물처럼 줄기에 수분을 많이 갖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자세히 보면 다육식물과 아주 비슷하거든요. 채송화는 줄기도 통통하고 잎도 짧지만 일반적인 풀과 달리 통통하게 생겼습니다. 잎과 줄기 모두 수분을 저장하기에 좋은 구조죠.
이와 비슷한 풀이 바로 쇠비름인데요. 잎이 좀 더 넓고 납작하며 작고 노란색 꽃이 피어서 구분이 되지만 줄기나 잎이 통통한 것은 비슷하죠. 사실 채송화도 쇠비름과입니다. 채송화도 쇠비름처럼 전국 어디서나, 심지어 공해가 심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요. 줄기를 꺾어 꽂아두어도 죽지 않고 새 뿌리가 돋아나 자라죠. 정말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식물 전체를 ‘반지련(半枝蓮)’이라 부르며 짓찧어서 약으로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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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내리거나 독을 해독하고, 타박상이나 화상 등을 치료하는 약효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8 채송화
앞서 채송화가 더위에 강하다고 언급했는데 거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이산화탄소와 물이 필요합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기 위해서 잎의 숨구멍인 기공을 열어야 하는데, 이때 밖이 너무 더우면 수분이 많이 손실될 수 있죠. 한여름에 식물의 잎들이 축 처져서 흐물거리기도 하는 이유예요. 하지만 채송화는 탱글탱글한 줄기와 잎을 잘 유지하며 마치 자기 세상을 만난 듯 살아갑니다. 채송화는 한낮에는 기공을 열지 않아요. 밤이 되어서야 기공을 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잘 저장했다가 한낮에 광합성을 할 때 사용하죠. 수분 손실이 거의 없으니 더위나 건조함에 강할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식물을 CAM(크레슐산 동화작용·Crassulacean Acid Metabolism)식물이라고 부릅니다. 광합성 중 탄소 고정 과정의 하나인 CAM 활용 식물에는 선인장을 필두로 채송화·파인애플·쇠비름·송엽국 등이 있는데 고온건조한 환경에 적응해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한 식물들이에요. 무더위를 독특한 방식으로 이겨내는 채송화의 위기극복 방법이 놀랍죠. 한여름은 지나갔지만 이후에도 우리에게 찾아오는 어떤 위기나 어려움을 채송화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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