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법무법인 세종 고문))
경제학에서 지대(rent)란 어떤 자원이 희소하기 때문에 그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말한다. 도심의 좋은 자리가 비싼 것은 그런 자리가 드물기 때문이지 주인이 무언가를 더 잘해서가 아니다. 그래서 지대는 불로소득으로 여겨져 오래전부터 환수의 대상으로 논의돼 왔다. 지대의 크기는 희소성에 따라 정해진다. 대체할 자리가 많아지면 줄어들고, 사라지면 늘어난다.
최근의 부동산 대책들은 이 불로소득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대출 한도를 조이고 양도소득세 중과를 되살린 것도, 조세제도 정비를 예고한 것도 부동산에서 생기는 초과이익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는 이 문제의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 고가 아파트 값이 성실히 일해 번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그러나 문제를 옳게 인식하는 것과 옳은 수단을 고르는 것은 별개다.
지금 동원되는 수단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희소성을 키우는 쪽으로 작동한다. 대출 규제부터 보자. 수도권에서 집을 살 때 빌릴 수 있는 돈은 집값이 15억원 이하면 6억원,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이다. 25억원짜리 집에 2억원이면 집값의 8%다. 그런데 대출이 막히면 사려는 사람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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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고 옮기려는 사람도 자기 집을 사줄 사람이 돈을 빌릴 수 있어야 움직인다. 파는 쪽이 묶이면 시장에 나오는 집이 줄어들고 남은 집의 희소성은 커진다.
세제는 좀 더 노골적이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났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면 세 채 이상 가진 사람은 기본세율에 30%포인트가 더해지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지 못한다. 10억원에 산 집이 20억원이 된 3주택자를 생각해 보자. 차익 10억원에 기본세율만 물면 지방소득세까지 4억원 남짓이지만, 30%포인트가 더해지고 공제가 사라지면 7억원을 넘어선다. 이 사람이 과연 집을 내놓겠는가? 환수하려는 초과이익이 가장 많이 쌓인 사람에게 팔지 말라는 신호다. 재건축 규제로 지어질 집까지 줄어들면 값은 더 오른다. 자산의 값은 미래의 공급에 대한 기대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거두려는 것을 스스로 키우는 구조다.
지난주 아파트 가격 동향이 이를 보여준다. 서울 상승 폭이 다시 커졌는데 규제가 집중된 서울 강남과 서초는 내렸고 성북과 중랑, 서대문이 크게 올랐다. 강남이 내린 것은 그 자리의 희소성이 줄어서가 아니라 그곳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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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을 치를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규제가 덜 미치는 곳으로 옮겨 갈 뿐이다. 초과이익이 환수가 아니라 이전된 것이다. 지금 값이 오르는 성북과 중랑은 서민이 사는 동네다. 분배를 바로잡겠다는 정책이 서민의 집값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억지로 값을 눌러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이 답일 수는 없다. 우리 가계 자산의 대부분은 집이고 은행이 쥔 담보도 상당 부분 집이다. 집값이 무너지면 담보가 무너지고, 신용이 마르며, 일자리가 사라진다. 그 충격을 견디는 힘도 같지 않다. 고가주택 보유자에게는 다른 자산이 완충이 되지만 서민에게는 집 한 채나 전세보증금이 전부다. 값이 오를 때도 서민이 밀려나고 무너질 때도 서민이 먼저 무너진다면, 가격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이 과연 옳은 접근인지 묻고 싶다.
분배가 목적이라면 겨냥할 것은 값이 아니라 값을 떠받치는 희소성이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자리에 살고 싶어 하는 형태의 집이 충분히 늘면 지대는 거두지 않아도 줄어든다. 더디고 생색나지 않는 길이지만 초과이익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다. 값을 직접 겨눈 손쉬운 수단들이 지금까지 만든 게 값의 이동뿐이었다면, 조세와 금융을 맡은 부처가 이제는 그 방법이 옳은지 다시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 외부?필자의?칼럼은?본지?편집?방향과?다를?수?있습니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법무법인 세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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